梨花

Posted at 2010/05/26 18:27// Posted in Wittyzine Story

우리 집에는 배나무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인가. 아버지께서 앞 마당에 심으신 나무다.

그때 우리 집에 함께 심은 나무가 몇그루 있는데,
감나무, 청포도나무, 단풍나무 등등..
(몇년 뒤 단풍나무는 사라졌다.)

매년 가을이면 배나무는 제법 맛있는 똘배들을.
감나무는 대봉시를 선물하곤 했다.
좁은 마당에 심은 유실수들이 제대로된 과일을 맺어내는 것이 신기하고 이상했지만
덕분에 우리 가족은 가을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과일을 나무에서 직접 따먹는
재밌는 경험을 계속 할 수 있었따.

벌써 심은지가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녀석들.
올 가을, 우리 동네가 재개발되면
이 녀석들도 함께 땅에 묻히게 될 운명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그리도 좋아하던 배꽃도 올 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봄비 오기 전 하얀 얼굴을 내밀던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 녀석들을 사진으로만 추억하는 날이 곧 온다는게
너무너무. 아쉽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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