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트남 일기장 - 10점
마리 셀리에 지음, 세실 감비니 그림, 전연자 옮김/맑은가람

위드블로그에서 리뷰를 쓰면서 매번 시간에 쫓기듯 마감이 다되어서야 리뷰를 쓰게 된다.
사실 이 책, '나의 베트남 일기장'은 받고 나서 마침 시간이 난 덕분에
그날 바로 다 읽어버린, 얇고 가벼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져다 준 여운과, 감동이라 하긴 뭐한 잔잔함은 꽤 오랜 기간 남아있다.
마감에 쫓겨 부랴부랴 서평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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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본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냥 보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인 그림책.
빨간 색과 노란 색이 적절히 들어간 표지를 처음 볼 때는 베트남이 아니라 중국 느낌이 더 강했던 듯하다.
알고보니 그림도 프랑스 작가가 그렸다.
글쎄. 아시아는 다 이렇겠지.. 하고 그린 게 아닐까 싶으면서 아주 조금 서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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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태어났고, 핏줄로는 분명 베트남 사람이 분명한 니콜라는
담담히, '나는 베트남을 모른다..' 라는 말로 일기를 시작하고 있다.
짧은 말이지만, 입양아 모두의 마음이 이 말 한마디로 전달되는 듯했다.
자기를 낳아준 곳이지만 그 곳에 대해 자기는 전혀 모른다는 것.

이 책 속의 주인공인 '니콜라'의 이름은 사실 그림책 전반에 나타나 있지 않다.
마지막 일기에 이르러서야, 다른 친구의 귓속말 속에 간신히 드러나 있을 뿐.

프랑스 이름 니콜라와, 베트남 출신 입양아의 정체성 혼란은 그림책 전체에서도
이름 하나만으로도 전달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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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엄마가 베트남 친엄마를 찾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셔서 마음이 놓인다.
물론 우리 엄마는 잘 알고 계신다. 엄마만이 나의 진짜 엄마라는 걸!
'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니콜라 만큼이나
책속의 프랑스 부모는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역시 니콜라의 시각을 통해)
두 엄마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소년과, 그를 위로하는 친구의 모습 속에서
이런 여러가지 문제를 단순히 '정체성의 혼란' 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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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까지 베트남 말을 했었는데 어떻게 까맣게 다 잊어버릴 수 있을까?'
'사실 난 넴이라는 베트남식 튀김만두 외에 베트남 음식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엄마가 베트남 노래가 담긴 CD 한 장을 주셨따. 노래 중에서 자장가는 어디에선가 들어본 느낌이 난다.
 하지만 자장가에 얽힌 기억들을 아무리 찾아내려 애를 써도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이 그림책의 글이 '일기체'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니콜라가 꾸는 꿈이나 마음 상태, 기분과 생각이 독자인 나에게 은은하면서도 다소 직설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입양에 대해 막연할 수 밖에 없는 독자로 하여금 그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장치로서의 문체 설정이 아주 잘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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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볼 수록, 여긴 베트남이 아니라 중국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유럽 사람들에게 아시아와 아시아인은 다 비슷하게 보인다지만..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 속의 글과, 그 속에서 깊이 만나는 니콜라는
어느새 너무 흔해져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입양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환기할 수 있는 기회와
'크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기 쉬운 문화와 뿌리에 대한 충격과 적응이 그리 만만치는 않음을
가슴 깊이 사려깊은 울림으로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 책을 덮으며, 책 뒤표지에 적힌 개그우먼 김미화 씨의 추천사가 와 닿는다.
'이 세상에서 상처받고 있는 모든 마음에 호랑이 연고를 발라주고 싶다.
 아픈 마음을 다 낫게 해준다면...'

그래, 비단 입양아 뿐이랴.
이 땅에 소외받고, 외롭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에 조금만 귀기울인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텐데..
호랑이 연고같은 그림책, 이 책을 통해 그만큼 넓은 맘으로 바로 내 옆에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니콜라의 손을 꽉 잡아주고픈 마음이 생긴다.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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